늑대 아이

영화/감상 2012. 10. 8. 01:07 |




원래부터 기다렸던 작품은 아니었는데 참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들었었다. 알고보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매우 재밌게 보기도 했고, 언뜻 본 포스터의 이미지도 마음에 들어서 꼭 봐야겠다 싶었지만 추석 전에 못봐서 내릴까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도 평이 좋아서 그런지 길게 걸려있어서 볼 수가 있었다.


알고있었던 것은 감독 이름과 영화의 제목, 그리고 멀리서 본 포스터가 전부였다. 그래서 제목인 '늑대 아이'가 어떤 의미를 담고있는건지 궁금했었는데 진짜 '늑대인간' 이었다............

일본어 원제가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늑대 아이 유키와 아메)로 늑대아이 남매와 엄마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마도) 마지막 남은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진 하나가 낳은 두 아이의 이름이 바로 유키와 아메이다. 늑대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못한 채 아빠늑대인간(이름이 안나온다;;)은 아메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나버리고, 남은 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은 크게 특징적이진 않다. 늑대아이라는 등장 자체가 새로운 소재이긴 하지만 일단 그 소재가 사용된 이야기임을 전제로 하면 예상범위 안에 있다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극 전개를 위한 대사건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그저 하나와 유키 그리고 아메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흘러간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극에 활력을 넣어주는 것은 유키이다. 특히 두 아이가 유아기일 초중반부는 유키가 정말 귀엽게 나오는데 그 모습들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후반부가 조금은 늘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면서 전반에 비해 지루한 감이 있는데, 이는 이야기의 흐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커버린 유키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유키의 유아시절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유쾌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소감은 '행복한 영화'이다. 올 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기분좋게 본 영화이다. 이렇게 기분 좋게 미소지으며 엔딩크레딧을 맞이하는 느낌도 참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추천할 점은 화면이 예쁘다는 것. 초반에 등장하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중반 이후의 시골 자연의 모습, 그리고심지어 초반의 전철이 지나가는 도시의 밤풍경도. 화면을 보는 즐거움도 충분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클라이막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항상 <이웃집 토토로>를 뽑지만, 사실 워낙 어릴 때 봐서 내용도 다 기억이 안난다. 확실치 않은 기억이지만 심지어 자막없이;; 봤었다. 그럼에도 캐릭터와 이미지가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늘 토토로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다시 보려고 사놓고 아직 안 보고 있는게 문제긴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이건 사실 극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 화면을 좋아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일본의 2D 애니메이션 중에서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봤던 것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였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후임으로 지브리를 이끌어갈 인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작업하다가 불화로 지브리를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하울>은 많은 사람들이 지브리 최악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이후로도 지브리는 예전같지가 않다. (그런데 사실 난 <하울>을 상당히 괜찮게 봤다.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걸지도 모르지만.) 그렇기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지브리에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뭐, 그랬다면 <시달소>나 <늑대아이>는 나오지 못했을테니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해야하는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썸머 워즈>를 아직 못 보긴 했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은 앞으로도 기대하게 될 것 같다.

'영화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 미제라블  (0) 2012.12.26
호빗 - 뜻 밖의 여정  (0) 2012.12.14
대략 한 달 동안 본 영화들 종합.  (2) 2012.06.25
킹 메이커, 데인저러스 메소드, 다크 섀도우, 멜랑콜리아  (0) 2012.05.24
어벤져스  (0) 2012.04.29
Posted by Rorscha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