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X HFR 3D. 이번에 관람한 호빗의 상영 포맷이다. 아이맥스랑 3D는 이미 유명하니 HFR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High Frame Rate의 약자로, 초당 48프레임으로 영상을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영화들이 24프레임이었으니 딱 두 배, 즉 다른 영화들에 비해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한 프레임이 더 들어있다는 말이다.

영화의 상영 포맷이 왜 24프레임이냐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 모르고, 아는 정도만 설명한다해도 복잡하다. 하지만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의 이유는 바로 '필름값'이다. 동일한 시간의 촬영을 할 때 프레임수가 늘어나면 필름값은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게 되어있다. 즉, 어차피 24프레임이면 인간의 눈은 연속된 영상으로 느끼는데 돈을 더 써서 높은 프레임으로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지금 굳이 24프레임을 고수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프레임이 늘면 처리 용량도 더 많이 필요할테니 제작비는 어느정도 상승하겠지만 그 상승량이 필름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디지털의 시대에 와서도 24프레임을 고수했던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냥 그래왔었으니까'가 정답이 아닐까 싶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어차피 24프레임이면 연속된 영상으로 인식하는데 굳이 프레임을 늘릴 필요가 없었던 것.


그런데 11년만에 다시 중간계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온 피터 잭슨 감독은 HFR을 들고나왔다. 실로 놀라웠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완성시킨 그 장본인인 피터 잭슨이 새롭게 내세운 무기이다.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이후로 아이맥스 포맷의 놀라움을 사람들이 깨달았고, <아바타 Avatar, 2009>로 3D라는 새로운 영상기술에 눈을 떴다. 당분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만 같았던 기술적 측면에 피터 잭슨은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가져온 것이다.


HFR 개봉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많이 다를까?'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24프레임에서도 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없는데 더 높인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연회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반대의 내용이었다. 너무 다큐멘터리 같다던가, 너무 사실적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사실적이라는 말 앞에 '매우'가 아닌 '너무'를 붙인 이유는 실제 저 우려가 사실적이어서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좀 '지나치다'라는 느낌을 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들도 있었고, 언론에서 소수의 사람들은 HFR상영에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는 내용도 보도되었다.


자 그럼 직접 느껴본 HFR은 어땠을까? 

다른 말 다 필요없이 간단하게 '매우 좋았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좀 과장을 섞자면, 눈 앞에 스크린이 아니라 실제 캐릭터와 실제 배경이 놓여져 있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후반부의 빠른 전개의 전투장면에서 HFR은 발군의 효과를 보여주는데, 화면에서의 매우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영상이 진행된다. 빠른 액션 장면에서 눈의 피로를 자주 느끼던 사람이 호빗을 보면서는 전혀 피로하지가 않았다고도 한다. 

화질 또한 매우 뛰어나다. 호빗은 이미 <컨테이젼 Contagion, 2011>과 <언더월드4: 어웨이크닝 Underworld: Awakeniing, 2012>에서 느꼈었던 Red Epic 카메라의 위엄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참고로 Red Epic 카메라의 결과물은 리마스터링 과정 없이도 디지털 아이맥스의 해상도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3D 효과는, 혹자는 '아바타 이후 최고'라 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대 3D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바타>의 3D 효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지만 사실 '실제'라기 보다 'CG'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호빗의 경우 CG 티가 전혀 나지 않으면서도 놀랍도록 뛰어난 3D효과를 보여준다. 

즉, 전체적으로 영상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01년에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던 골룸은 호빗에 와서는 그냥 눈 앞에 진짜 골룸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었다.




아래는 내용에 대한 감상기이니 당연히 스포일러가 있음;;;


이렇게 기술적 측면은 넘어가고 영화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

호빗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주인공인 프로도의 삼촌 빌보 배긴스의 이야기이다. 처음에 2부작으로 제작된다던 영화는 결국 3부작이 되었고 이 부분에서 많은 우려가 나왔다. 원작 소설 '호빗'은 대서사시라고 표현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과 달리 페이지수가 상대적으로 약 1/4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동화였기 때문이다. 500페이지 분량의 동화를 총 8~9시간의 영화로 만든다는 자체에 이야기가 늘어질 것에 대한 우려였다. 실제로 영화가 공개된 후 해외의 평들 중에서 상당수가 '지루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다들 전반부의 지루함을 이야기했고 후반부는 좋다고들 했지만.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일 미리 하고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물론 초반의 식사장면은 사람에 따라 충분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13명의 난쟁이 캐릭터에 대한 성격들을 어느정도 파악하게 해 주는 역할과 함께 난쟁이들 자체의 특성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가장 늘어지지 않는 방법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정이 시작 된 이후에는 <반지원정대>처럼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후반의 고블린과의 싸움, 오크와의 싸움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물론 아쉬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극의 중심이 되는 '소린'의 매력이 '아라곤'에 못 미친다. 카리스마는 충분한데 성격이 보로미르와 더 가까워서 간혹 극중 간달프가 느꼈던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둘째, 간달프를 제외하고 빌보 배긴스 포함 14명이나 되는 일행이 나오는데 <반지원정대>와 달리 개개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별로 없다. 일단 요정과 드워프, 인간과 호빗이라는 다양한 조합을 보여줬던 <반지원정대>와 비교해 호빗 한 명과 드워프 13명이라는 구성이기 때문에 외형적인 개성이 크게 줄었다. 또한 대부분의 전투가 '도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라곤'이나 '레골라스'가 보여줬던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캐릭터가 없었던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얼굴도 잘 생기고 활을 주 무기로 하는 '킬리'의 경우 어느 정도 '레골라스'의 역할을 부여한 것 같긴 한데 활약할 시간이 너무 적었다.


그리고 변명아닌 변명을 대신 해 보자면, 반지의 제왕과 비교하여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지금 시점에 11년전의 그 놀라움을 사람들에게 다시 선사하려면 반지의 제왕을 훨씬 뛰어넘는 영화가 나와야한다. <반지원정대>에 사람들이 경탄을 보냈던 것은 이야기 자체가 충분히 재밌기도 했었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뛰어는 화면묘사였으니까 말이다.

반면 반지의 제왕이 있었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 또한 적지않다. 여왕님 및 엘론드, 그리고 골룸까지 짧은 등장이지만 인상적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반지의 제왕이 있었기 때문이고 익숙한 음악들 만으로도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주며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호빗- 뜻 밖의 여정>은 새로운 3부작의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시작이었다.

주말엔 간만에 <반지원정대>를 봐야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

1. 빌보의 집에서 난쟁이들이 불렀던 노래. 첫 번째 예고편에도 나왔던 노래이다. 엔딩 크레딧 때에도 다시 나오는데 목소리가 영화 내에서의 난쟁이들의 목소리가 훨씬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2. 10년이 지나도 변치않는 여왕님. 영화 상영이 끝나고 상영관을 나서는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있던 한 여자가 온몸으로 여왕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봤다;;

3. 골룸! 골룸! 이건 더 이상 CG가 아니다;;;


베네딕트 컴퍼배치의 "스마우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네크로멘서 목소리로 잠시 나왔다.....











ps. 호빗 상영 전 특별 예고편 상영으로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2013>의 9분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찾아보니 놀랍게도(?) 스타트렉 속편의 국내 제목이 '다크니스'로 확정된 듯 하다.)

소감? 오오 스타트렉!!!!!

그러고보니 호빗에서 (거의) 못 들은 홈즈의 목소리를 스타트렉 영상에서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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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rsch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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