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영화/감상 2012. 12. 26. 04:37 |



레 미제라블.


빵 하나를 훔쳤다가 수감생활. 은촛대. 용서.

딱 이 정도였다. 장발장의 이야기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에 동화집(?) 같은 곳에 저 이야기만 실려있던 것을 봤던 것이겠지. 장발장이 나오는 원작의 제목이 "레 미제라블" 이라는 것은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의 일이며, 원작의 내용에 대해서는 궁금하지도, 그렇다고 읽고싶지도 않았다. 또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이 작품이 프랑스의 혁명과 관련되어있다는 것 정도 까지는 알았다.

그런데 그저 장발장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사람이 제법 되는 듯 했다. 은 촛대 이야기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영화 시작 10분만에 은 촛대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혹자는 레미제라블이 장발장의 원래 이름인줄 알았다고도......)


어느 날 앤 해서웨이의 필모그래피를 찾다가 예정 작품에 올라온 <레 미제라블>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게 심상치가 않은 작품인게 캐스팅이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헬레나 본햄 카터 였다. 배우들 이름이 면면이 너무 강렬해서 감독이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라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아무튼 내용은 모르지만 무조건 봐야 할 영화가 되었었다.


뮤지컬 영화라는 것은 좀 더 나중에 알았다. 다행인 것은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몰라도 대사가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노래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개봉 전에 미리 알았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뮤지컬 영화들─예를 들면 <시카고>나 <물랑 루즈>─에 비하면 훨씬 더 뮤지컬에 가깝다. 실제로 뮤지컬 영화인지 모르고 들어와서 취향에 맞지 않아 실망한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 들어왔음에도 생각과 다른 모습에 만족을 못 한 관객들도 제법 된다. 


이 영화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의 원작을 뮤지컬화 한 것을 다시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네이버의 책 소개를 보면 "역사, 사회, 철학, 종교, 인간사의 모든 것을 축적한 세기의 걸작"이라는 표현으로 이 책을 수식하고 있다. 페이지 수도 총 2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장편 소설인데 뮤지컬이라는 특성상 이야기가 전개 되는 부분에서의 세세한 설명들은 없다. 원작을 읽지 못해서 함부로 판단하긴 힘들긴 하지만, 원작에 비해 훨씬 듬성듬성한 이야기임에도 원작이 가진 저 메세지들은 충분히 그대로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러니 25년이 넘도록 계속 공연되는 최고의 뮤지컬 중 하나이겠지만...


2시간40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도입부를 포함한 몇 몇 장면에서 뮤지컬에서는 결코 쓸 수 없는 배경을 보여준 것과 혁명(사실 성공하지 못했기에 혁명이라 표현하긴 그렇지만 앙졸라가 French Revolution이라 했으니 그냥...)의 현장에서의 전투 장면들이 더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을 제외하면 영화이기에 쓸 수 있는 효과들은 쓰지않았다. 오히려 뮤지컬과 최대한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장면에서 '현장동시녹음'을 시도했으며 카메라의 움직임도 많지않은편이고 롱테이크 장면도 매우 많다.  <레 미제라블> 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컬들도 본 적이 없어서 감히 함부로 논하지는 못하겠지만, 많이 쓰이진 않았지만 좀 더 사실적인 배경이 쓰였다는 것과, 영화라서 스크린에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의 얼굴의 클로즈업은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내세울 수 있는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아니라서 전반적으로 노래가 뮤지컬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는 있으나 자베르....를 제외하면 그럼에도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매우 많다. 이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인데, 판틴의 "I Dreamed a Dream"과 마리우스의 "Empty Chairs at Empty Tables"의 경우 각 배우의 표정연기가 너무 좋아서 감정을 극대화 시켜준다. 


<레 미제라블>의 곡 중에서는 최근에 김연아의 프리 프로그램에서 한 곡을 들어본 것 말고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노래가 참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판틴의 "I Dreamed a Dream"이 최고로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 난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Red and Black"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건 최근 대선의 영향이 매우 큰 듯...)


일단 노래들이 다 좋은데다 배우들이 노래도 잘 하며, 뮤지컬을 즐기는 사람들은 뮤지컬과 다른 점을 찾는 재미에서, 또 뮤지컬을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간접적으로나마 뮤지컬을 접해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배우들의 좋은 비쥬얼은 덤.




덧1. 아니 헐리웃 배우들은 왜 이리 노래를 잘 하는걸까...

덧2. 아오 자꾸 서갑숙씨가 생각나잖아;;;

덧3. 마리우스 토레스 닮음...

덧4. 극중의 항쟁은 1832년 6월의 작은 항쟁. 잘 알려진 프랑스 혁명은 1789년이고 1830년과 1848년에도 혁명이 있었다. 마리우스와 앙졸라, 그리고 동료들의 항쟁은 안타깝지만 왕정에 의해 진압된 실패한 작은 항쟁이다.

덧5. 두 번 보면서 두 번 다 장례식 장면에서 뜬금없이 울컥했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우리는 성난 민중도 없었고, 다시는 노예가 되기 싫은 민중도 없었나보다...

덧6. 난 새벽 네시반이 넘은 지금시간에 왜 이걸 쓰고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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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rsch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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