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영화/이야기 2012. 10. 16. 23:29 |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타임 머신"이라는 기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의 기계일 것이다. 시간이라는 것이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궁금증과,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모두 담겨있는 그런 꿈인 듯 하다. 그런 만큼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는 수도없이 많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이 제목 자체가 시간 여행을 말하는 <백 투 더 퓨쳐> 부터 최근의 <MIB3>와 <루퍼>까지의 많은 영화들. <닥터 후>에서부터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 많이 쓰이는 '타임 리프'를 이용한 드라마들.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적어도 지금은 상상속의 일이기 때문에 상상 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할머니(할아버지) 패러독스를 고려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런 패러독스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시간만을 움직여다니는 이야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간여행 소재의 이야기의 경우에 가장 중요하게 던져지는 물음은 "과거가 바뀌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가?"가 아닐까 싶다. 그럼 이러한 시간여행에 대한 다양한 시각(=설정)들을 보자.





1.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만화인 <드래곤볼>의 후반부에는 타임머신이 등장한다. '트랭크스'라는 캐릭터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만화 이야기의 현재 시점)로 온다. 다행히도(?) 그 시점은 아직 자신이 태어나기 전이라서 과거의 자신과 만나진 않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과거에 개입을 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과거를 바꾸려고 왔다. 하지만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고 과거가 바뀐 후에도 트랭크스가 다시 돌아간 미래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말하자면 완벽한 평행우주라고나 할까. 소년만화이기도 하니 시간여행의 소재를 단순하게 사용했지만 실제로 이렇다면 초단위, 혹은 그 이하로 수많은 평행우주가 존재하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트랭크스가 돌아간 미래가 어쩌면 정확히 자신이 출발했던 그 미래가 아닐지도...






2. 과거의 변화는 미래를 바꾼다.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 시리즈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특수임무를 부여받은 로봇이 오는 내용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첫 두 편의 영화에서는 과거와 미래와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3편에서의 주지사님;;;의 대사로 부터 과거의 변화가 미래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을 암시한다. 3편에서 또 한 번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과거로 온 로봇은 "심판의 날은 늦춰진 것이다" 라는 의미의 대사를 한다. 즉, 2편의 결말을 통해 1997년에 일어났어야 할 심판의 날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좀 더 늦게 결국 기계의 반란이 일어났다는 의미라서 미래가 바뀌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1,2편의 미래와 3편의 미래가 다르지 않은 미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즉, 미래가 바뀌거나 혹은 여러개의 평행우주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3편의 등장 이후로는 설정에 문제가 확실히 보인다.) 터미네이터의 설정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사라 코너'의 아들이자 미래 반란군의 리더 '존 코너'의 아버지가 미래에서 온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래(4편의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될' 사람을 찾는 특이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4편이 실패를 한 후 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에릭 브레스 감독의 <나비 효과 The Butterfly Effect, 2004>는 엄밀히 따지면 '시간 여행'을 다룬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지만, 현재의 자신이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점의 자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넓게 보면 과거의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자신의 일기장을 매개체로 어린 시절 자신이 기억을 못 하던 부분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고 그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 주인공은 좀 더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차례 새로운 미래(주인공의 현재)를 만들기를 시도한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의 행동을 바꿀 경우 그 미래(주인공의 현재)는 새로운 미래로 바뀐 상태가 된다. 즉, 어떤 갈림길에서 길을 다시 선택 할 경우 이전에 선택되어 연결되었던 줄기는 삭제되고 새로운 선택에 의한 줄기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경우 '과거의 기억' 속에서는 그 시절의 자신만 존재하므로 패러독스는 비켜갈 수 있다. 참고로 이 영화의 백미는 감독판의 결말.





3. 시간을 넘나드는 줄기가 만들어져도 그 줄기는 하나의 우주의 일부일 뿐이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12 몽키즈 Twelve Monkeys, 1995>에서의 시간 여행은 과거로 간 존재가 아무런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미래의 환경 오염에 대한 원인을 찾기위한 목적도 있고, 스스로의 자유 의지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있었던' 일이고 또 '있을' 일일 뿐이다. 콜(브루스 윌리스)이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 순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이럴것이다' 라고 생각했었던 것과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영화가 그려져서 현재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로 뽑는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자유로운' 시간여행이 가능한 날이 올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시간여행이라는 것을 해 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혹시 언젠가는 가능해지더라도 아마 내가 죽기 전에는 못 보겠지.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인 시간 여행을 해 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물론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그게 재미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조건이 있긴 하지만.

사실 이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로 이야기 자체를 참신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상력은 끝이 없으니 새로운 이야기가 또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 추천 시간 여행 이야기 : <12 몽키즈> <루퍼> <나비효과> <시간을 달리는 소녀(애니메이션)>



Posted by Rorsch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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