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할 수도, 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족이야기.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당연히 "앤 해서웨이"이다. 앤 해서웨이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실상 그녀의 필모그래피 중 본 것은 단 세 작품 뿐이다.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 2006>와 <비커밍 제인, 2007>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0>. 괜찮은 배우라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게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 였으니, 그 이후에 두 작품 밖에 못 본 것이다. 그래서 연기로 극찬을 받은 이 영화를 꼭 보고싶었으나 영화의 특성상 많은 곳에서 개봉하지 않았고 여유도 없어서 아쉽게도 개봉 당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DVD를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러브&드럭스, 2011> BD도 사놓고 아직 못봤다;;)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8개의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지만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 양쪽 모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렇게 연기와 작품 모두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 다음의 영화가 썩은토마토 11% 찍어주신 <신부들의 전쟁, 2009>이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재밌는 것은, 이 때의 골든글로브는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로 아카데미는 <더 리더, 2008>로 케이트 윈슬렛이 모두 받았다.
영화는 재활원에서 자기를 데려올 아버지(빌 어윈)를 기다리는 킴(앤 해서웨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마약중독의 치료차 재활원에 있는 킴이 언니인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은 단순하다. 언니와 아버지, 이혼한 어머니. 언니와 결혼할 새신랑 및 들러리들, 그리고 결혼식의 준비와 결혼식.
언니의 결혼식과 오랜만에 돌아온 동생, 이혼해서 다른 곳에 계시지만 결혼식 참석차 오신 어머니까지. 가족들이 다시 모이게 되는 자리이지만 오랜 시간 쌓여온 갈등은 결국 표면으로 드러난다. 가족 전체를 흔들리게 만들고 결국 지금의 위치에 모두 위치하게 만들었던, 서로가 그냥 가슴속에 묻어두고만 있었던 과거의 사건에 즐거운 결혼식을 앞두고 모두가 다시 눈물을 보이게 된다.
자신의 과거 때문에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킴, 이러한 '문제아' 동생에게 부모님의 시선을 모두 빼앗겨왔는데 결혼식을 바로 앞둔 준비 과정에서 마저 아버지의 시선을 다시 빼앗긴다는 생각에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해버린 레이첼, 진심으로 딸들을 걱정하는데 그 진심에서 나온 행동이 두 딸 모두에게 섭섭함이 되어버려 눈물짓는 아버지까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야 할 가족간의 갈등은 그렇게 드러난다. 이러한 구도는 사실 많은 이야기에서 나왔던 구도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미묘한 감정의 표현을 매우 잘 해냈다. 특히 딱 두 차례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의 빌 어윈의 연기는 너무도 와닿는 연기였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러한 갈등의 해결 과정이다. 뛰쳐나갔던 킴이 다음날 다시 돌아오고 언니와 아버지는 말없이 환영해준다. 흥겨운 결혼식이 모두의 축복속에 끝이 나고 다음날 아침 킴은 다시 재활원으로 돌아간다. 그들 사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 대화를 한 것도 아니고 편지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니다. 사실 오랫동안 서로의 가슴속에 담겨있던 갈등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갈등은 이후에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족이기에 사실은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는, 가족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을 떠나보내고 밖을 바라보는 언니의 뒷모습을 비추었던 엔딩 크레딧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 마치 결혼식 촬영에 사용하는 홈비디오로 촬영한 것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이고, 실제 극중에서 연주되는 음악만이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이동진 평론가의 "홈 비디오로 절묘하게 담아낸 어떤 공기" 라는 표현이 참 와닿았다.
# 레이첼의 남편이 흑인으로 설정된 점과, 신랑의 절친한 아시아계 친구 등을 보면 감독은 가족의 의미와 함께 다른 인종간의 화합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엠마는 짜증난다.
# 양들의 침묵 감독이라니.........
결혼식을 위해 머리를 하고 온 뒤의 킴의 모습. 왠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초반의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떠오르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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