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결혼하다

영화/감상 2012. 1. 31. 23:23 |




흔할 수도, 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족이야기.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당연히 "앤 해서웨이"이다. 앤 해서웨이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실상 그녀의 필모그래피 중 본 것은 단 세 작품 뿐이다.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 2006>와 <비커밍 제인, 2007>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0>. 괜찮은 배우라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게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 였으니, 그 이후에 두 작품 밖에 못 본 것이다. 그래서 연기로 극찬을 받은 이 영화를 꼭 보고싶었으나 영화의 특성상 많은 곳에서 개봉하지 않았고 여유도 없어서 아쉽게도 개봉 당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DVD를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러브&드럭스, 2011> BD도 사놓고 아직 못봤다;;)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8개의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지만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 양쪽 모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이렇게 연기와 작품 모두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 다음의 영화가 썩은토마토 11% 찍어주신 <신부들의 전쟁, 2009>이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재밌는 것은, 이 때의 골든글로브는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로 아카데미는 <더 리더, 2008>로 케이트 윈슬렛이 모두 받았다.



영화는 재활원에서 자기를 데려올 아버지(빌 어윈)를 기다리는 킴(앤 해서웨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마약중독의 치료차 재활원에 있는 킴이 언니인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은 단순하다. 언니와 아버지, 이혼한 어머니. 언니와 결혼할 새신랑 및 들러리들, 그리고 결혼식의 준비와 결혼식.
언니의 결혼식과 오랜만에 돌아온 동생, 이혼해서 다른 곳에 계시지만 결혼식 참석차 오신 어머니까지. 가족들이 다시 모이게 되는 자리이지만 오랜 시간 쌓여온 갈등은 결국 표면으로 드러난다. 가족 전체를 흔들리게 만들고 결국 지금의 위치에 모두 위치하게 만들었던, 서로가 그냥 가슴속에 묻어두고만 있었던 과거의 사건에 즐거운 결혼식을 앞두고 모두가 다시 눈물을 보이게 된다. 

자신의 과거 때문에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킴, 이러한 '문제아' 동생에게 부모님의 시선을 모두 빼앗겨왔는데 결혼식을 바로 앞둔 준비 과정에서 마저 아버지의 시선을 다시 빼앗긴다는 생각에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해버린 레이첼, 진심으로 딸들을 걱정하는데 그 진심에서 나온 행동이 두 딸 모두에게 섭섭함이 되어버려 눈물짓는 아버지까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야 할 가족간의 갈등은 그렇게 드러난다. 이러한 구도는 사실 많은 이야기에서 나왔던 구도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미묘한 감정의 표현을 매우 잘 해냈다. 특히 딱 두 차례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의 빌 어윈의 연기는 너무도 와닿는 연기였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러한 갈등의 해결 과정이다. 뛰쳐나갔던 킴이 다음날 다시 돌아오고 언니와 아버지는 말없이 환영해준다. 흥겨운 결혼식이 모두의 축복속에 끝이 나고 다음날 아침 킴은 다시 재활원으로 돌아간다. 그들 사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 대화를 한 것도 아니고 편지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니다. 사실 오랫동안 서로의 가슴속에 담겨있던 갈등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갈등은 이후에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족이기에 사실은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는, 가족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을 떠나보내고 밖을 바라보는 언니의 뒷모습을 비추었던 엔딩 크레딧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 마치 결혼식 촬영에 사용하는 홈비디오로 촬영한 것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이고, 실제 극중에서 연주되는 음악만이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이동진 평론가의 "홈 비디오로 절묘하게 담아낸 어떤 공기" 라는 표현이 참 와닿았다.
# 레이첼의 남편이 흑인으로 설정된 점과, 신랑의 절친한 아시아계 친구 등을 보면 감독은 가족의 의미와 함께 다른 인종간의 화합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엠마는 짜증난다.
# 양들의 침묵 감독이라니.........



결혼식을 위해 머리를 하고 온 뒤의 킴의 모습. 왠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초반의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떠오르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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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영화/감상 2012. 1. 29. 11:34 |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비뚤어진 한 소년과 천사의 이야기.
그래 이 영화는 천사의 이야기였다.  
국내 포스터에 "전세계를 감동시킨 소년이 찾아옵니다." 라는 카피가 있다.
카피가 잘못됐다. 감동을 주는 주체는 소년이 아니라 천사다.



1월 셋째 주 개봉작의 씨네21 전문가 평점에서 10점이라는 점수가 무려 두 영화에서 나왔다.
<자전거 탄 소년>과 <부러진 화살>.
8점만 돼도 엄청 높은 점수인 평론가들의 평가에서 10점이라는 점수는 (적어도 최근에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한 주에 두 작품씩이나.

김혜리 다르덴 형제 영화의 한 절정 ★★★★★ 10.0 
박평식 마음의 페달도 힘차게 밟기를 ★★★☆ 7.0 
이용철 아주 단순하게 진심을 말하기. 진정한 거장만이 가능한 일 ★★★★☆ 9.0 
이화정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천사의 실체 ★★★☆ 7.0

제목만 알고 있던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이 평들을 보면서부터였다.  
전문가, 혹은 평론가의 평점이라는게 높은 영화가 재밌는 영화와 일치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재미를 떠나 좋은 영화일 가능성은 높다. 특히나 개인 취향으로 볼 때 드라마 장르에서는.

<부러진 화살>의 경우 재밌게 잘 만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10점짜리 영화 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저 10점이라는 점수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점수였다.

딱히 줄거리를 언급하며 감상을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이 영화는 치유의 이야기이자 성장의 이야기이다.
87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에 단순하고도 직관적으로 한 소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위에서 언급한 평들 중 이용철씨의 평이 이 영화에 대해 가장 잘 이야기 한 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야기의 전달 측면에서만 보면 그리 친절하진 않다. 시간에 대한 설명도 상황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주지 않는다. 몇 몇 장면에서는 중간 과정을 과감히 생략한다. 그럼에도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영화를 보면서 그 공백을 스스로 메워나갈 수 있다. 
물론 도저히 채워나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사만다가 시릴에게 그렇게도 애틋하게 대하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흔히 사용되는 기법인 과거로의 플래시백도, 암시도 없다. 원래 아이가 있었는데 죽은건가, 유산을 한 적이 있는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건가, 등등 '대체 왜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수도없이 든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설땐 그런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개봉 영화 포스터의 카피들을 좋아하지않는 편인데 이 영화의 카피 중 "아름답고 강렬하다!" 라는 카피는 영화를 참 잘 설명한 것 같다. 아름다운 장면도, 강렬한 장면도 그리 많이 나오진 않지만 영화는 정말 아름답고 강렬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인 <히어애프터, 2010>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세실 드 프랑스'의 사만다는 당연히 좋았고 시릴을 연기한 '토마 도레'가 연기를 정말 잘했다.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까지 보이는 그 개념없음(국내 무개념 초딩들의 개념없음과는 그 기준이 좀 다르지만...)에 몸에 열이 날 정도의 깊은 빡침을 경험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이지 세면대에 머리를 쳐박아버리고 싶어진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처음 본다. 솔직히 말하면 잘 알지도 못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관심이 생겨 이전 작품들 및 정보를 좀 찾아봤더니 이번 영화가 다르덴 형제의 영화 중에서는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며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베토벤의 '황제' 2악장이 매우 강렬하게 느껴졌었는데, 영화의 다른 부분에서는 배경음악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정보를 찾아보다가 깨달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황제 2악장이 영화에서 딱 세 번 사용되었다.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시기에. 음악을 언급한 이유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이전작 <로나의 침묵, 2008, 벨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외부 음악을 처음 사용하기 이전에는 배경음악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철저한 리얼리즘(이야기의 사실성 측면의 리얼리즘이 아니다.)을 추구해왔던 감독이 적극적인 음악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일반 상업 영화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이 쓰였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 롱쇼트가 줄어들고 그 길이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뭐 이런 기술적인 측면이야 직접 봐야 이해가 되는 것일테니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예전 작품들을 찾아봐야겠다.


안타깝게도 영화의 특성(?)상 와이드 개봉 영화는 아니다. 
그나마 CGV 무비꼴라쥬 상영 영화라서 몇 군데의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으며 지방 롯데시네마 두세군데에서 하긴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상상마당이라던가, 씨네마테크나 씨네큐브에서만 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상영시간도 씨네큐브를 제외하면 많아봤자 하루에 두 번. 아니면 한 번. 
그럼에도 먼 길 찾아가서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영화이다. 




# 처음 사용해본 CGV의 포토티켓. 이거 상당히 마음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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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못 봤던 영화를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운이 좋아 설 연휴 기간 중에 언젠가 보고싶었던 팀 버튼 감독의 <혹성 탈출>을 볼 수 있었다.

원래 <혹성 탈출> 시리즈에 큰 관심이 없어서 시리즈가 몇 편이나 나왔었는지도, 팀 버튼의 영화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잘 몰랐었다. 하지만 2011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덕분에 예전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좀 찾아보게 되었다. 원작 시리즈가 5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은 그 중 1편을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원작과 제법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은 2011년의 프리퀄과는 젼혀 상관이 없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원작 시리즈의 2~4편은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고, 원작 1편은 관심은 가지만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알고있기도 하고, 너무 예전 작품이라 지금 보면 오히려 더 아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굳이 보고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2001년작은 이야기도 많이 다르다고 들었고 비교적 최근 작품이라서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본 소감을 간략하게 먼저 말하자면 영화는 나름 재밌게 봤지만 감독의 이름* 및 나름 가졌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었다. 

* 한 가지 오지랖 넓은 변명을 해 보자.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과 관련된 2001년작의 주인공인 "마크 윌버그"의 인터뷰에서 팀 버튼 감독에 대한 언급을 한다. 추론 및 요약하자면 "제작사의 간섭이 있었고 감독은 원하던 대로 못 만들었다. 그럼에도 팀 버튼 감독과의 작업은 정말 즐거웠다." 이다. 원래 제작사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영화는 망하게 마련이다;;;





*****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 *****






일단은 최근작 치고 세트 및 분장 등이 너무 어색했다. 어색했다기 보다 돈을 별로 안 쓴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mojo의 제작비 정보는 무려 1억불이다. 어디 썼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유인원들의 분장이 많이 아쉬웠다. 특히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아리"는 그냥 고무 재질의 가면을 쓴 것 같았다. 이야기의 전개 또한 (결말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지만 나의 개인적인 해석을 기준으로 한다면) 원작의 그 신선했던 이야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도입은 좀 실망스러웠다. (사실, 원작 시리즈의 뒷편들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실 1편 이외의 작품들은 그다지 고려하고 싶지 않다.)

원작과의 큰 차이를 살펴보면, 일단 "Planet of the Apes"가 지구가 아니다. 원작이 아직도 회자되고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렇게 탈출하고 싶어했던 "그" 유인원들의 행성이 사실은 지구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마지막의 자유의 여신상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재를 버렸으니 원작 팬들에겐 큰 아쉬움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구 또한 유인원들의 행성이 되어있는데, 그렇게 된 이유가 유인원들의 지능이 발달하며 인류의 우위에 섰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높은 지능을 가진 유인원(테드 Thade)이 과거의 지구로 가서 지구의 역사를 바꾸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여행 및 그로인한 (이미 있었던) 미래의 변화의 도입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 인터넷 상에서 그 별이 지구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명확한 설며이 없는 경우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경우는 "지구가 아니다."라는 것이 사실이다.(실제 팀 버튼 감독도 이렇게 언급했다고 한다.)

***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자기폭풍이 시공을 모두 이동시켜준다는 의견이 가장 적합한 의견이라 생각된다. 실제 영화에서 확실히 나온 부분은 침팬지-주인공-오베론(모함) 순으로 자기폭풍에 들어갔고, 영화의 무대가 되는 혹성에는 오베론-주인공-침팬치 순으로 도착했다는 것이다. 반대로도 이러한 시간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해 보면 주인공이 먼저 출발하고 한참 뒤에 이런 저런 사건을 겪고 테드가 다시 주인공을 따라갔을 경우 테드가 오히려 훨씬 일찍 지구에 도착해버리게 될 수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테드는 링컨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 미국 사람들 여럿 기분나빠했을 듯. 나도 아무리 영화적 상상이라 해도 원숭이 얼굴의 이순신 장군님 동상이나 세종대왕님 동상을 보면 딱히 좋을 것 같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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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퀸

영화/감상 2012. 1. 22. 16:50 |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쓴 간단한 감상평이 아니었다면 난 이영화가 황정민, 엄정화가 커플댄스의 최강팀이 되는 이야기인줄 알고 극장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음... 아니 아마 그렇게 알고 있었다면 극장으로 들어가지 않았겠다...

 
<댄싱퀸>은 극중 이름이 실제 이름과 같은 황정민, 엄정화 부부의 이야기이다. 인권변호사에서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게 되는 남편 정민과 어릴적 꿈이 가수이고 한 때 신촌마돈나로 불렸지만 남편 뒷바라지만을 하며 에어로빅 강사를 하다가 마찬가지로 우여곡절 끝에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는 아내 정화의 이야기가 기본 줄기이다. 영화는 이러한 큰 줄기를 바탕으로 두 사람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드을 현실 정치의 지저분한 문제들과 코믹하게 잘 버무려 보여준다. 이야기 자체는 엄청나게 신선하거나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일단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너무나 좋아서 그럿만으로도 극을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황정민의 연기야 다들 익히 잘 알고 있을테고, 엄정화의 연기 또한 <오로라 공주> 이후로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정성화나 이한위의 연기 역시 마찬가지. 좋은 영화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즐겁게 보고 좋은 기분으로 나올 수 있는 영화이다. 







*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기분이 딱히 좋지만은 않다. 개판이라고 말하면 개한테 미안할 만큼 지랄맞은 현실 정치판을 비꼬아 보여준 모습이 통쾌하긴 하지만, 진짜 현실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렇다. 초선의원 성화가 정치판을 바꾸어보고 싶어하고, 또 그 노력이 어느정도 결실을 이루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람도 없을 것이고 혹 있다해도 영화처럼 될리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그렇다. 영화의 결말은 환타지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어찌보면 <부러진 화살> 보다도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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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2008>/<렛 미 인 Let me in, 2010>에 이어 국내에 개봉된 영화들 중 스웨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스웨덴 영화가 먼저 만들어지고 헐리웃에서 리메이크가 된 두 번째 작품이다. (한국에서 개봉이 안된 또 다른 동일한 과정을 겪은 영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렛 미 인>의 헐리웃판이 "스웨덴 영화가 원작이 아닌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스웨덴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라고 했던말과 달리 실상은 거의 모든 장면을 따라한것과 달리 이 영화의 경우는 같은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확실히 다른 두 영화로 만들어졌다. 사건의 배열, 캐릭터들의 세세한 성격, 배경 분위기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덕분에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스웨덴판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았던 <렛 미 인>과 달리 나중에 만들어진 헐리웃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매우 많다.

스웨덴판과 헐리웃판의 상영시간은 각각 152분/158분이다. 헐리웃판의 오프닝과 상대적으로 긴 크레딧을 생각하면 실제 영화에 할애된 상영시간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헐리웃판이 세세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다루고 있다. 즉, 헐리웃판이 이야기를 좀 더 빠르게 전개시키고 장면 장면에서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질 수 있는데, 정적이고 여유가 좀 더 있는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스웨덴판이, 빠른 전개를 좋아하고 지루함을 싫어한다면 헐리웃판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빠른 전개를 좋아하기에 일단 전체적인 흐름이 헐리웃판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거의 모든 캐스팅이 헐리웃판이 더 좋았다. 다만,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코발트로 먼저 만나보게 되어 우려를 했었던 '미카엘 뉘키비스트'는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사실 알파벳은 Michael과 Mikael로 조금 다르다.) 미카엘역에 생각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의 미카엘과는 조금은 다른 캐릭터였다.
딱 한 명, 어린 하리에트는 스웨덴판 승!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 얼마나 각색이 잘 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이야기 진행상의 설득력 또한 헐리웃판이 조금 더 우세하다. 스웨덴판의 경우 상당히 많은 부분을 생략한 듯 하다. 스웨덴판의 경우 TV시리즈로 다시 편집되며 각 부마다 30분 이상이 더 추가된 확장판이 존재하는데 이 확장판은 이야기가 더 매끄럽게 진행될 것 같다. 다만,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한 것 처럼 헐리웃판의 경우 그 전개가 너무 빠르고 주는 정보량이 많아 (특히 초반부에서) 원작을 읽지 않고 본다면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전체적으로 종합할 때, 개인적으로는 헐리웃판이 훨씬 만족스러웠다. 물론 스웨덴판이 이상하다거나 재미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스웨덴판을 먼저 보고 나중에 헐리웃판을 봤다면 전체적인 만족도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방예르도 정확한 발음을 옮긴건 아니지만 "벵거"는 진짜 아니잖아... 우리의 벵교수님도 아니고...

# '아트하우스 모모'는 정말 좋은 극장인 듯. 우리도 극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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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영화/감상 2012. 1. 18. 23:44 |




2007년 화제가 됐었던 김명호 교수의 "석궁테러" 사건을 다루고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하기 전에는 '석궁테러 사건이 있었다.' 라는 사실 밖에 몰랐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당시 '또 미친놈 하나 나왔네'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던 사건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있었다. 

이야기가 김명호 교수(극중 이름 김경호)와 변호사 박훈(극중 이름 박준)의 측면에서 쓰여졌기에 한 쪽으로 많이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긴 하지만 실제 증거들을 바탕으로 했기에 큰 과장없이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 자체가 매우 씁쓸함에도 불구하고 안성기, 박원상, 이경영, 문성근 등의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에 좋고 영화 전반적으로 분위기 자체를 무겁게 만들지 않아서 재밌게 볼 수 있다. (물론 끝나고나서 격하게 몰려오는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지만...) 특히, 이름조차 알고있지 못했던 배우인 박원상의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유지시켜준다. 중간 중간 한 마디씩 하는 단역들의 연기가 좀 많이 어색하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 실화라는 점이 주는 씁쓸함을 무시하고 보더라도 영화 그 자체로 충분히 재밌는 영화이다.

박준 검사를 연기한 박원상.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각이 모두 진실일지, 아니면 또 다른 JFK가 될지는 시간이 좀 더 흘러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실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설 연휴를 맞이하여 워낙에 많은 영화가 개봉한 상황인데다 가족끼리 편하게 볼 주제는 아니라서 개봉 첫 주 부터 교차상영으로 걸린 영화관도 많은데 부디 입소문을 잘 타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 KBS인지 MBC인지 SBS인지는 모르겠지만 뉴스가 이 영화를 이야기하며 "사법부를 조롱하는 영화"라는 표현을 썼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조롱'의 뜻이 뭔지 모르고 쓴 듯 하다. 이 영화는 사법부의 문제점을 알리고, 사법부가 정말 사법부 본연의 기능을 하도록 (극중 김경호 교수의 표현처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 대한민국의 검찰청의 현실에 대해 알고싶다면 <부당거래, 2010>를, 사법부의 현실에 대해 알고싶다면 <부러진 화살>을 추천한다. 전반적으로 검/경/정치판의 현실에 대해 알고싶다면 <야수, 2005>도 추천.

#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깨알같은 신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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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예고편조차 보지않은 상황에서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알고 있었던 정보는
- 밀레니엄 시리즈는 스웨덴에서 출간된 원작 소설이며 스웨덴판 영화가 있다.
-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이다.
- 데이빗 핀쳐가 감독이다.
이 세 가지 뿐이었다. 뭐 어쨌든 결론은 "데이빗 핀쳐 당신은 최고입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사실 '추리'라는 장르를 풀어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책을 읽는 독자와는 달리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이야기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생각을 할 시간을 제공받지 못하게 되고 그저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라는 장르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 때 '추리 자체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고려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주인공의 상황에 강하게 동화되어 주인공의 시각을 따라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헐리웃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는 이를 충분히 잘 활용했다. 관객에게 딱히 쉴 틈을 주지 않으며 대화에 몰입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덕분에 두 시간 하고도 38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그저 멋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루니 마라의 연기 또한 영화의 큰 힘이다. 무엇보다도 데이빗 핀처 감독의 연출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약소한 단점들도 존재한다. 먼저, 방대한 분량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기에 두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지나치게 급한 부분들이 있다. 특히 초반 가족 소개 부분에서는 원작을 읽지 않고서는 듣고도 누군지 기억하기가 힘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 소개가 쭉 나올 때 아예 기억하려고 노력을 하지않았다. 하지만 소개 치고는 그 가족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충 정리하지 않고 봐도 전개를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다. 
또 한 가지의 단점─사실 단점이라기 보다 아쉬운점이지만─은 리스베트의 능력치가 거의 신급이라는 것이다. 리스베트 한 명 데리고 있으면 미 국방성에 침입해서 핵무기 발사 코드를 알아내서 발사시키는 것도 별일 아닐 듯 할 정도로. 뭐 이건 원작 설정 자체의 한계이니 어쩔수가 없지만.

어쨌든 결론은 매우 만족.


이 사진이 그냥 포스터를 위한 설정 사진이 아니었다. 영화 자체를 매우 잘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 아직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성급한 말이 될 수 는 있지만 원작의 이야기가 명성만큼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재미있는 추리 이야기들 중 하나라는 정도. "댄 브라운"의 소설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추후 책을 읽어보고 다시 판단해야겠다. 다만, 여지껏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여자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캐릭터의 설정은 정말 파격적이면서도 멋지다.

#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사실 상당히 끔찍하다. 후견인의 이야기와 범인이 지금껏 저질러 온 일들 등은 결코 마음 편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 어쩌면 원작 소설이 스웨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렇게나 복지가 잘 된 국가에서도 여전히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이야기들을 다루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이 영화를 보고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은 '데이빗 핀처' 영화의 힘은 역시 "대화"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전작인 <소셜 네트워크>의 경우 생각을 해 보면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조성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 모든것이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의 힘이다. 이는 <파이트 클럽>에서도, <세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오프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본 후 다시 찾아보고서야 오프닝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있다는 것을 알았다.
 


# 리스베트 살란데르 역의 루디 마라는 참으로 독특하게 매력적인 배우였다. 처음에는 눈썹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구글에서 이미지를 좀 찾다보니 뭐랄까 어떤 의미에서 충격과 공포가 느껴졌다. 

이 분이 그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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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전형적인 미국식 가족 영화이다. 아니, 미국식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 가족영화와 비교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0분이 채 안되어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는 다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마음편하게 즐거운 기분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아내가 병으로 죽고 아들, 딸과 함께 살아가는 "벤자민 미"는 아내가 죽은 이후의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며 아들과의 관계도 계속 어긋난다.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사할 집을 찾아다니다 결국 동물원!을 사게 되고, 쉽지않아보이는 동물원의 개장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이 과정에서 가족애를 확인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추운 겨울 가슴따뜻하고 편안한 영화를 보고싶다면 추천!
1월 19일 개봉예정.




# 로지(매기 엘리자베스 존스). 이 영화의 존재 이유의 절반 이상! 진짜 귀엽다. 

# 딜런(콜린 포드). 그룹 슈퍼주니어의 동해와 너무 닮아서 집중력이 흐려진다.

# 웃는게 참 이쁜 릴리(엘르 패닝)은 키가 170cm였구나........ 165cm의 딜런이 나이에 비해 작은건 아니었구나......

# 실화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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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쉬웠던 부분들 부터 이야기하자. 
가장 큰 아쉬움은 영화의 초반~중반 까지의 이야기가 지루하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액션과 모험을 더 많이 보여주더라도 태생이 추리 소설이기에 어떠한 문제에 대해 접근해가는 과정에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또한 최후에 모든 이야기가 드러날 때, 처음부터 나열되었던 사건들이 퍼즐맞추듯 정리되며 다시 떠올라야 하는데 그럴만한 이야기의 구조도 아니다. 중반부의 열차 씬 부터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르며 지루함이 사라지고, 특히 후반부에서는 (전편을 통해) 기대하던 모습들을 잘 보여줬기에 극장을 나서며 불만족스럽진 않았으나 초반부의 지루함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셜록 홈즈 최고의 적수로 여겨지는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의 캐릭터가 아쉬웠다. 전편의 마지막에 잠시 등장한 것 만으로도 비범한 카리스마를 뽑냈던 것에 비해 셜록 홈즈 최대의 적수라고 하기엔 캐릭터가 확실히 부족했다. 좀 더 지능범으로 홈즈와 대적하길 바랐으나 1편의 마크 스트롱보다도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시리즈가 계속 될 경우 ─ 최근의 추세로 보아 계속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모리아티를 이렇게 소모시켜버린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산소호흡기구(?) 하나에 의존해 그 높은 절별에서의 추락에서도 살아남은 홈즈의 모습으로 보아 모리아티 교수 또한 죽지않고 속편에 등장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이야기 이렇게 진행된거 속편이 나온다면 원작과 상관없는 새로운 홈즈의 강적을 창조하는 것도 괜찮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린 애들러... 라기 보다는 레이첼 맥아담스를 그렇게 보내다니... 어쩌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아이린의 죽음은 모리아티 교수의 입을 통해서만 나온 것이니 사실 살아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아이린의 경우는 속편이 만들어지면 나왔으면 좋겠다;;;

전작을 뛰어넘는, 혹은 전작의 재미만큼의 만족을 주는 속편은 그리 많지않다.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또한 마찬가지이며 위에서 나열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두 콤비의 새로운 이야기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슬로우 모션을 사용해 짧게 끊어서 편집하는 가이 리치식 연출도 여전히 잘 사용되었으며 홈즈와 왓슨의 진지한 모습을 제법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분명 전편보다는 못했지만 여전히 속편이 기다려진다. 


* 제임스 모리아티를 처음 루머대로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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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영화/감상 2011. 12. 26. 01:57 |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야구 선수는 "박충식" 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는데, 집이 경상북도였던 난 자연스럽게 삼성을 응원했었다. 정확히 야구를 언제부터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첫 경기는 1993년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다.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패했던 해태와의 대결이라거나, 1,2차전을 나란히 1승씩 가져가서 시리즈 전적이 1:1이었다거나, 그런 내용들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지금에서야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알고있지만.
내 기억 속에 각인된 것은 "박충식" 이라는 이름 세 글자였다. 그 날 박충식 선수는 15회까지 홀로 마운드를 지켰고 181개의 공을 던졌다. 결과는 2:2 무승부. 야구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 없던 어린 나에게도 박충식이라는 투수는 위대해 보였고, 점수 한 점을 더 뽑아주지 못하는 타자들이 너무도 야속했다. 나는 그렇게 한 선수의 팬이 되어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에 비한다면 짧은 역사이지만 그래도 30년이 다 되어가는 한국 프로야구에는 많은 전설들이 있다. 그 전설들 중에서도 최동원과 선동렬은 위대한 선수들이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이 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1987년 5월 16일에 있었던 사직에서의 롯데와 해태의 경기를 소재로한다.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최동원 선수와 최고의 선수가 될 선동렬 선수의 대결은 총 세 차례가 있었는데 이 날의 경기가 그 세 번째의 대결이었다. 1986년에 있었던 이전 두 번의 대결은 서로 1승씩을 가져간 상태였다. 류현진vs윤석민vs김광현이라던가, 프리메라리가 엘-클라시코에서의 호날두vs메시라던가, 조코비치 시대 이전의 페더러vs나달이라던가... 이러한 최고들의 대결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최동원vs선동열. 난 최동원 선수의 경기를 한 번도 보지못했고 국내에서의 선동열 선수의 경기에 대한 기억도 별로 없지만 그들의 대결이 어떤 의미인지는 간접적으로 충분히 상상할 수가 있었다. 그 둘은 결국 15회까지나 되는 경기 끝에 2대2로 비겼고 두 선수의 전적은 1승1무1패로 영원히 무승부로 남았다. 바로 이 역사적인 경기를 영화는 그리고 있다.

일단 야구를 깊이 좋아하는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졌다. 게다가 롯데나 해태(KIA)의 팬이라면 금상첨화. 다만 야구를 좋아하지 않거나, 가볍게 즐기는 팬이라면 영화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배경 분위기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이야기 자체가 지루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영화 자체로 봤을 때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면, 영화는 흥미있게 잘 만들어졌다. 진부한 구도이지만 스포츠 세계에서 항상 나오는 구도인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자 vs 정점을 향해 올라오는 자'를 잘 표현했으며, 극 중 캐릭터의 성격 또한 잘 보여준다. 특히 경기 장면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15이닝에 이르는 두 투수의 대결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현장감이 느껴지도록 잘 표현했다. 결과를 알고 있는 경기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긴장감이 생겼으니까. 무엇보다도 최동원 선수를 연기한 조승우와 선동열 선수를 연기한 양동근의 연기가 매우 좋았다. 특히 조승우... 
극 중의 주요 캐릭터인 김용철(조진웅)과 김일권(최민철) 선수가 중간중간 많은 재미를 줬으며 가상의 캐릭터인 박만수(마동석)가 무게를 잡아주는 감동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실화를 이야기를 하면서 픽션이 너무 많이 가미가 된 것은 아쉽다. 기본적으로 두 선수의 대결이 펼쳐졌던 경기의 양상 자체를 사실과 다르게 만들었다. 점수가 나는 순서 자체도 틀리며 점수를 내는 과정도 틀리다. 픽션을 가미한 것은 좋지만 적어도 경기는 사실 그대로 그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상의 선수인 마동석 선수의 이야기 또한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감동이 충분히 전해질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좀 과해서 일순간 무게가 두 주인공에게서 옮겨와버리기도 했다. 사실 영화를 보던 중에는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그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성공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돌이켜보면 최동원vs선동열의 경기를 그린 영화였기에 그러한 감동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픽션 몇 가지를 짚어보면,
첫째, 주요 캐릭터인 김용철 선수는 최동원 선수와 경남고 동기로 나오지만 사실은 경남고가 아닌 부산상고를 나왔으며 최동원 선수보다 1년 선배이다. 그리고 동점 적시타를 치지 않았다.
둘째, 박만수라는 캐릭터는 완전한 가상의 인물이다. 당연히 동점 홈런도 없었다.
셋째, 앞서 말한 것 처럼 경기 기록 자체가 실제 경기와 다르다. 해태vs롯데의 점수가 "1:0 > 2:1 > 2:2"가 되었는데 실제로는 "0:2 > 1:2 > 2:2"가 되었다. 9회초에 동점이 된 것은 맞지만 2사후 홈런은 아니고 1사 2루 상황에서의 적시 2루타에 의해 동점이 되었다.

또 한가지, 김영민과 최정원이 연기한 두 기자(특히 최정원)가 대체 왜 나온건지 모르겠다는 평들이 많은데, 난 오히려 최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정원이 이쁘니까... 는 아니고... 김서형이라는 캐릭터는 스포츠신문 기자이지만 원래 야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그런 사람이 두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눈물까지 고여가며 감탄을하게 된다. 김서형이 경기를 보면서 느꼈을 마음이 내가 박충식 선수의 투구를 보면서 느꼈던 마음과 비슷하게 여겨졌다. 투혼이라고 부를 수 있을 두 선수의 모습이 야구와 거리가 먼 사람들도 야구에 빠져들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잘 표현했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앞서 말한 것 처럼 영화 자체가 야구를 잘 모르면 그다지 재미를 느끼기 힘들 듯 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김서형 기자의 모습이 큰 효과를 주지는 못할 듯 하다.



1987년 5월 16일. 최동원 선수는 60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209개의 공을 던졌고 선동열 선수는 56명의 타자를 상대로 232개의 공을 던졌다. 현대 야구에서 선발 투수의 한계 투구수는 100개 내외이다. 그리고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최소한 4일 이상은 휴식을 가지게 하며 가능하다면 5일의 휴식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투수는 20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그것도 서로와의 대결에서. 

얼마 전 오승환 선수의 직구에 대한 분석을 하는 방송에서 최동원 감독님의 인터뷰가 나온적이 있다. 사진과 영상 기록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게 말라 보이는 모습에, 살이 많이 빠지셨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 이미 몸이 많이 안좋은 상태였던 듯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승우의 얼굴에서 마지막으로 방송에 나왔던 인터뷰 모습이 겹쳐졌다. 김서형 기자의 질문에 "최동원이 게임은 최동원이가 던집니더. 상대가 누구든 최동원이 경기는 최동원이가 던진다고. 이기든 지든!!" 이라고 외치던 조승우의 모습이 나올 때엔 주책맞게 눈물이 날 뻔 하기도 했다. 최동원 감독님께서 살아서 이 영화를 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엔딩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문자 그대로의 "페펙트 게임 Perfect Game"은 야구 기록을 지칭하는 한 가지의 용어로 "한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단 한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던져 이긴 시합"을 말한다. 30년 가까이 된 한국 프로야구사에서는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어려운 기록이다. 하지만 이날의 두 선수의 경기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경기를 한 모든 선수들에게, 그리고 두 선수 자신들에게도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의 "퍼펙트 게임"이 아니었을까. 1993년의 박충식 선수의 경기가 내 마음 속의 "퍼펙트 게임"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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