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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감독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시험 시작 시간이 되어갈 즈음 잠시 복도로 나가봤는데 한 학생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사이로 보이는 외모.
당연히 시험 치러 온 아이가 시험장소를 못 찾는 것이라 여겨

"시험치러 왔어요?"

라고 물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

나도 당황했지만 학생도 살짝 당황한 듯 했다.
'얘는 뭘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기 학생이세요?"

라고 물어왔다. '뭐지... 어려보이는데 신입생인가?'
아무튼 뭐,,, 일단 난 여기 학생이니

"네. 학생이예요."

라고 대답했다. 일단 시험치러 온 아이가 아닌건 확실하니 시험장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대뜸 학생이 다시 한 마디를 던졌다.

"싸인 하나만 해 주세요!"

'음 싸인이라.... 싸인.... 싸인?!
상황파악도 안되고 싸인 따위 있지도 않으니 당황할 수 밖에.
하지만 끈질기게 싸인을 요구해왔고, 알아서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뜯지도 않은 학교에 와서 산 듯 한 학교 마크가 있는 스프링 노트를 꺼내 뜯더니
펜과 함께 나에게 내밀었다.

"열심히 하라고 한 마디만 적어주세요."

결국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오세요. xx대학교 xx학과 xxx]
라고 스프링노트 첫 장에다 적어줬다.
 
이 후에 이야기를 좀 해 보니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할 아이였고
자유전공학부가 목표란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탐방(스스로 탐방이라 표현했다)을 온 것이고
집은 전라남도. 전남에서 서울이면 그 나이엔 만만한 거리가 아닌데 혼자서 견학을 왔던 것이다.

"열심히 하면 잘 될 거예요. 열심히 해요."

라는 말로 떠나보냈다. 물론 분명한건, 열심히만 한다고 다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3년 뒤 갑자기 누군가 연구실로 갑자기 들어와서 

"저 붙었어요." 

라고 말 하는 것을 듣고싶어졌다.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제대로 기억안나지만 열심히 해서 꼭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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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ephyru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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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1 08: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 뭔가 용감한(?) 아이네요.